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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는 타는데 걷기는 힘든 이유 — 협착증은 자세의 병입니다
블로그 2026년 8월 4일

자전거는 타는데 걷기는 힘든 이유 — 협착증은 자세의 병입니다

한성준
의료 감수 한성준 대표원장

안녕하세요 경희미르애한의원 보라매
경희대 한방내과 전문의 한성준입니다

세로 척추 측면 도식 — 신경이 지나는 통로가 좁아진 구조 의학 일러스트 — 경희미르애한의원 보라매 척추관협착증 자세

척추관협착증으로 오신 분들께
저는 이런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10분도 못 걷는데 자전거는 30분씩 타요.
제가 꾀병 부리는 것 같아 보일까 봐 말도 못 했어요."

꾀병이 아닙니다.
협착증의 가장 정직한 특징입니다.

오늘은 이 현상 하나만 파고들겠습니다.
왜 자세에 따라 이렇게 달라지는지 말입니다.

척추관은 고정된 크기가 아닙니다

많은 분들이 협착증을
"통로가 좁아진 상태로 굳어버린 것"으로 생각하십니다.
절반만 맞습니다.

척추관의 넓이는 자세에 따라 실시간으로 변합니다.

허리를 뒤로 젖히면 —
뒤쪽 뼈와 관절이 서로 겹치듯 다가오고,
안쪽에서 신경을 감싸는 황색인대가 두꺼워지면서
통로가 좁아집니다.

허리를 앞으로 굽히면 —
그 구조들이 서로 멀어지고 인대가 팽팽하게 펴지면서
통로가 넓어집니다.

이건 추정이 아니라 영상으로 측정된 사실입니다.
건강한 성인 12명을 세운 채로 MRI를 찍은 연구에서,
같은 사람의 같은 부위인데도
허리를 굽혔을 때와 폈을 때 척추관 단면적이
약 16% 차이가 났습니다.
신경이 나가는 옆 통로는 자세에 따라
최대 44%까지 달라졌습니다.

이건 건강한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협착증 환자 36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허리를 편 자세에서 신경다발이 지나는 공간이
검사한 모든 마디에서 좁아졌습니다.

원래 넉넉한 통로라면 16%쯤 좁아져도 아무 일이 없습니다.
이미 빠듯한 통로에서 그만큼 좁아지면
신경이 눌립니다.
협착증이 자세의 병인 이유입니다.

그래서 이런 일들이 설명됩니다

자전거 — 상체를 숙이고 탑니다. 통로가 넓은 자세입니다.
그래서 페달은 밟아도 다리가 안 저립니다.

마트 카트 — 손잡이를 잡으면 자연히 앞으로 기웁니다.
카트를 밀 때는 잘 걷는데 빈손으로는 힘든 이유입니다.

설거지 — 서서 허리를 편 채 오래 있는 자세입니다.
10분을 못 버티고 한쪽 발을 발판에 올리게 됩니다.
그 발을 올리는 동작이 골반을 기울여
허리 굴곡을 만들어 줍니다. 몸이 스스로 찾아낸 요령입니다.

오르막과 내리막 — 오르막은 자연히 상체가 숙여지고,
내리막은 허리가 펴집니다.
그래서 "올라갈 때보다 내려올 때가 더 힘들다"는 분이 많습니다.

잘 때 — 옆으로 누워 무릎을 당기면 편하고,
똑바로 누워 다리를 쭉 펴면 불편한 것도 같은 원리입니다.

이 특징은 진단에도 쓰입니다

증상이 자세에 따라 변한다는 것은
협착증을 가려내는 강력한 단서이기도 합니다.

741명의 자료를 종합한 2010년 분석에서
협착증 진단에 가장 유용한 단일 소견으로 꼽힌 것이
"앉으면 통증이 없다"
"앞으로 굽히면 증상이 좋아진다"였습니다.

거창한 검사가 아니라 이 두 가지 질문이
영상보다 먼저 방향을 잡아준다는 뜻입니다.

알고 나면 하루가 달라집니다

기전을 아시면 스스로 요령을 만드실 수 있습니다.

서서 오래 일하실 때는 한쪽 발을 낮은 받침에 올리기.
걷다가 힘들면 그냥 서서 쉬지 말고
난간을 짚고 몸을 숙이거나 쪼그려 앉기.
버스를 기다릴 때 벤치가 있으면 앉기.
장을 볼 때는 카트 쓰기.

반대로 협착증에 좋다고 잘못 알려진 것도 있습니다.
허리를 뒤로 젖히는 신전 운동은
허리디스크에는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지만
협착증에서는 오히려 증상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같은 허리라도 방향이 반대입니다.

이 두 질환을 어떻게 구분하는지는
감별 글에 따로 정리했습니다.
걷는 거리를 실제로 늘리는 방법은
운동 글에서 이어집니다.

Q. 그럼 계속 굽히고 지내면 되나요?

아닙니다. 굽힌 자세가 편한 것과
굽히고 살아야 하는 것은 다릅니다.
계속 숙이고 지내면 등이 굽고 다른 부담이 생깁니다.
증상이 나올 것 같을 때 잠깐 자세를 바꿔 쉬어가는 요령으로 쓰시고,
평소에는 자세를 지탱하는 근력을 함께 관리하셔야 합니다.

Q. 허리 보호대를 하면 도움이 되나요?

오래 서 있어야 하는 날 일시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늘 착용하시면 허리 근육이 약해질 수 있어
필요한 때만 쓰시는 것을 권합니다.


협착증은 "얼마나 좁아졌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자세로 지내느냐"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같은 진단을 받아도 생활이 꽤 달라집니다.
보라매공원을 걸으실 때 벤치 위치를 기억해 두시는 것,
그것도 훌륭한 관리입니다.


출처

  1. Schmid MR, Stucki G, Duewell S, et al. Changes in cross-sectional measurements of the spinal canal and intervertebral foramina as a function of body position: in vivo studies on an open-configuration MR system. American Journal of Roentgenology. 1999;172(4):1095-1102. https://pubmed.ncbi.nlm.nih.gov/10587155/
  2. Madsen R, Jensen TS, Pope M, et al. The effect of body position and axial load on spinal canal morphology: an MRI study of central spinal stenosis. Spine. 2008;33(1):61-67. https://pubmed.ncbi.nlm.nih.gov/18165750/
  3. Suri P, Rainville J, Kalichman L, Katz JN. Does this older adult with lower extremity pain have the clinical syndrome of lumbar spinal stenosis? JAMA. 2010;304(23):2628-2636.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3260477/

경희대 한방내과 전문의 한성준
경희미르애한의원 보라매
서울 동작구 보라매로5가길 16 보라매아카데미타워 302호 (보라매병원역 2번 출구 인근)
전화: 02-6956-06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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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준

한성준 대표원장

경희대학교 출신 한방내과 전문의로, 초음파 유도 약침과 추나치료, 사상체질 처방, 린다이어트를 중심으로 진료합니다. 월~금요일 진료를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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