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가 쉬어야 하는 다리 저림, 협착증일까 디스크일까 혈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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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경희미르애한의원 보라매
경희대 한방내과 전문의 한성준입니다

"조금 걷다 보면 다리가 저리고 무거워져서
쉬었다 가야 해요."
이 한 문장을 들고 오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같은 증상의 뒤에는
서로 다른 세 가지 원인이 숨어 있을 수 있습니다.
척추관협착증, 허리디스크, 그리고 다리 혈관.
오늘은 이 셋을 어떻게 갈라 보는지,
그 이야기만 하겠습니다.
갈림길 1 — 언제 편해지십니까
가장 먼저 여쭤보는 질문입니다.
다리가 아파서 멈춰 섰을 때
어떻게 해야 풀리는지를 봅니다.
앉거나 허리를 숙여야 풀린다 → 협착증 쪽입니다.
서서 쉬는 것만으로는 잘 안 풀리고,
쪼그려 앉거나 난간에 기대 숙여야 편해집니다.
그냥 서 있기만 해도 풀린다 → 혈관 쪽을 의심합니다.
근육에 피가 부족해서 생긴 통증은
움직임을 멈추면 그것으로 회복됩니다.
자세를 바꿀 필요가 없습니다.
이 차이가 생각보다 강력합니다.
협착증 환자와 다리 혈관질환 환자 53명을 비교한 연구에서,
"종아리가 아프면서 그냥 서 있기만 해도 완화된다"는 조합은
혈관성일 가능성을 20배 높이는 소견이었습니다.
갈림길 2 — 아픈 부위는 어디까지입니까
엉덩이와 허벅지부터 시작해 내려온다 → 협착증 쪽.
주로 종아리가 뻐근하게 조인다 → 혈관 쪽.
물론 예외는 있습니다.
다만 통증이 시작되는 지점을 손으로 짚어보시는 것만으로도
방향이 꽤 갈립니다.
갈림길 3 — 허리를 펼 때입니까, 숙일 때입니까
여기서 허리디스크와 갈립니다.
협착증은 허리를 펴거나 뒤로 젖힐 때 증상이 나옵니다.
서서 설거지를 오래 하기 힘들고,
빨래를 널려고 팔을 올리면 다리가 저립니다.
허리디스크는 반대입니다.
허리를 숙일 때 심해지고,
기침이나 재채기에 다리 저림이 확 옵니다.
양말을 신으려고 몸을 굽히는 동작이 괴롭습니다.
209명을 분석한 2018년 연구에서도
협착증에 의한 다리 저림을 가려내는 독립적인 특징으로
앉으면 편해진다, 앞으로 숙이면 다리 통증이 준다,
허리를 편 채 30초 서 있으면 증상이 재현된다,
양쪽 다리가 같이 아프다, 60세 이상 등이 꼽혔습니다.
"쇼핑카트 징후" 하나만 믿으면 안 됩니다
협착증 이야기에 자주 나오는 것이 쇼핑카트 징후입니다.
마트에서 카트를 밀 때는 잘 걷는데
빈손으로 걸으면 힘들다는 것.
카트를 밀면 상체가 자연히 숙여지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도움이 되는 단서입니다.
다만 앞의 53명 연구에서 이 징후 하나만 놓고 보면
판별력이 생각보다 약했습니다.
"서면 아프고 + 앉으면 편하고 + 엉덩이·허벅지가 아프고 +
카트를 밀면 낫다"가 함께 있을 때 비로소
협착증일 가능성이 13배로 올라갔습니다.
하나의 징후가 아니라 조합을 봐야 한다는 뜻입니다.
인터넷에서 자가 진단표 하나로 결론 내리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합니다.
혈관이 의심되면 순서가 달라집니다
다리 혈관 문제가 의심되면
저는 치료를 시작하지 않고 검사를 먼저 안내합니다.
발등이나 안쪽 복사뼈 뒤에서 맥박이 약하게 잡히는지,
다리 색이 창백하거나 털이 빠지고 상처가 잘 안 아무는지,
당뇨나 흡연력이 있는지를 확인합니다.
이런 소견이 있으면 발목상완지수 같은
혈관 검사를 받으시는 것이 먼저입니다.
허리 치료를 아무리 해도
막힌 혈관은 좋아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Q. 협착증과 혈관 문제가 같이 있을 수도 있나요?
있습니다. 연세가 있으신 분에서는 오히려 흔합니다.
그래서 앞의 연구도 두 가지가 겹친 경우를 다루지 못한 것을
한계로 적어두었습니다.
치료를 해도 예상만큼 좋아지지 않을 때
저희가 혈관 검사를 다시 권해 드리는 이유입니다.
Q. MRI를 찍으면 바로 알 수 있지 않나요?
영상에서 협착이 보이는 것과
그 협착이 지금 증상을 만드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연세가 있으시면 증상이 없어도 협착 소견은 흔히 보입니다.
그래서 영상보다 증상의 패턴을 먼저 봅니다.
같은 "걷다 쉬어야 하는 다리"라도
협착증이면 자세를 다루고,
디스크면 접근이 반대가 되고,
혈관이면 아예 다른 과의 문제가 됩니다.
방향부터 정하는 것이 치료의 시작입니다.
협착증이 왜 자세에 따라 달라지는지,
걷는 거리를 어떻게 늘리는지,
수술은 어떻게 판단하는지는
각각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출처
- Nadeau M, Rosas-Arellano MP, Gurr KR, et al. The reliability of differentiating neurogenic claudication from vascular claudication based on symptomatic presentation. Canadian Journal of Surgery. 2013;56(6):372-377.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3859778/
- Genevay S, Courvoisier DS, Konstantinou K, et al. Clinical classification criteria for neurogenic claudication caused by lumbar spinal stenosis. The N-CLASS criteria. The Spine Journal. 2018;18(6):941-947. https://pubmed.ncbi.nlm.nih.gov/29031994/
경희대 한방내과 전문의 한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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