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씩 화장실을 못 가신다면 — 만성 변비, 섬유질만으로는 부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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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경희미르애한의원 보라매
경희대 한방내과 전문의 한성준입니다

변비로 오시는 분들은
대개 이미 많은 것을 시도해보신 상태입니다.
"물도 많이 마시고 채소도 먹는데 안 돼요."
"유산균도 먹어봤고 변비약도 써봤어요."
"약 없이는 이제 안 나옵니다."
마지막 말씀이 가장 마음에 걸립니다.
오늘은 이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며칠에 한 번이면 변비일까요
먼저 기준부터 정리하겠습니다.
횟수만으로 판단하지 않습니다.
3일에 한 번 가시더라도 편하게 잘 나오고 불편함이 없으면
꼭 치료가 필요한 상태는 아닙니다.
반대로 매일 가시더라도 아래에 해당하면 변비로 봅니다.
✔ 힘을 많이 줘야 나온다
✔ 변이 딱딱하고 토끼똥처럼 나온다
✔ 보고 나도 덜 본 것 같은 느낌이 남는다
✔ 막힌 느낌이 있다
✔ 손으로 눌러야 나오는 경우가 있다
세 번째 항목이 특히 중요합니다.
"잔변감"이라고 하는데,
변비 진료에서 실제로 가장 많이 듣는 호소입니다.
섬유질만으로는 왜 부족할까요
변비라고 하면 가장 먼저 듣는 조언이
"물 많이 마시고 섬유질 드세요"입니다.
기본은 맞습니다. 다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무작위 연구 5편, 195명을 모아 분석한 연구에서
식이섬유는 배변 횟수를 늘려주기는 했지만
변의 굳기, 배변 시 통증, 완하제 사용량까지
뚜렷하게 개선하지는 못했습니다.
표본이 작은 연구라 확대 해석은 어렵지만,
진료실에서 느끼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섬유질을 늘렸는데 오히려 배가 더 빵빵해지고 가스만 찬다는 분들이 계십니다.
장의 움직임 자체가 떨어져 있는데 부피만 늘리면
그 부피가 그대로 정체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순서를 이렇게 잡습니다.
부피를 늘리기 전에, 움직이는 힘부터 확인합니다.
한의학에서 나누어 보는 방식
같은 변비라도 원인이 다릅니다.
진료실에서는 크게 이렇게 구분합니다.
① 열이 뭉쳐 마른 유형
변이 심하게 딱딱하고, 입이 마르고, 얼굴에 열이 오릅니다.
소변이 진하고 배에 열감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② 기운이 없어 밀어내지 못하는 유형
변이 딱딱하지는 않은데 힘이 없어 못 밀어냅니다.
보고 나면 유난히 지치고 기운이 빠지십니다.
연세 있으신 분이나 큰 병을 앓고 난 뒤에 흔합니다.
③ 긴장으로 막히는 유형
스트레스를 받으면 심해지고, 가스가 차고 배가 아픕니다.
변비와 설사가 번갈아 오기도 합니다.
④ 차고 순환이 떨어진 유형
아랫배가 차고, 따뜻하게 하면 편해집니다.
손발이 차신 분들에게 많습니다.
②번과 ①번은 치료 방향이 정반대입니다.
기운이 없어 못 밀어내는 분께 강하게 밀어내는 약을 쓰면
당장은 나와도 갈수록 더 힘들어집니다.
이것이 시중 변비약을 오래 쓰신 분들에게
자주 생기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침 치료 연구 하나를 소개해드립니다

만성 변비에 대한 침 치료 연구 중
규모가 크고 설계가 잘 된 것이 하나 있습니다.
중국 15개 병원에서 만성 중증 기능성 변비 환자 1,075명을
전침 치료군과 거짓침 치료군으로 무작위 배정한 연구입니다.
2016년 내과 분야 주요 저널에 실렸습니다.
8주간 치료 후,
전침군은 주당 완전한 배변 횟수가 평균 1.76회 증가했고
거짓침군은 0.87회였습니다.
눈여겨볼 것은 그다음입니다.
치료가 끝난 뒤 9~20주 추적 기간에도 효과가 유지되었습니다.
다만 이 연구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20주를 넘는 장기 추적은 없었고,
시술자는 어느 쪽인지 알 수밖에 없는 구조였습니다.
중증 변비 환자를 대상으로 한 결과라는 점도 함께 봐야 합니다.
저희가 하는 것
한약 — 위에서 나눈 유형에 따라 방향을 정합니다.
밀어내는 처방과 기운을 올려 밀어낼 힘을 만드는 처방은 다릅니다.
침·뜸 — 장의 움직임을 돕는 혈자리를 씁니다.
아랫배가 찬 분께는 뜸을 함께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생활 조정 — 아침 식사와 배변 시간 확보,
복부 마사지 방향, 앉는 자세까지 함께 안내드립니다.
목표는 약 없이도 스스로 나오는 상태를 만드는 것입니다.
시간이 걸리지만 그 방향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소화기 클리닉 안내에 정리해두었습니다.
이럴 때는 검사가 먼저입니다
아래 신호가 있으면 한방 치료보다 검사가 먼저입니다.
✔ 최근 갑자기 배변 습관이 변했다 (특히 50세 이상)
✔ 변에 피가 섞여 나온다
✔ 체중이 이유 없이 줄었다
✔ 변이 눈에 띄게 가늘어졌다
✔ 가족 중 대장암 병력이 있다
이런 경우 대장내시경을 먼저 권해드립니다.
그게 정직한 순서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변비약을 오래 먹으면 안 되나요?
종류에 따라 다릅니다.
장을 자극하는 계열을 오래 쓰면
갈수록 양을 늘려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드시는 약을 알려주시면 함께 조정해드립니다.
Q. 유산균은 도움이 되나요?
도움이 되는 분들이 있습니다.
다만 모든 분께 같은 효과가 나지는 않고,
장이 잘 안 움직이는 유형에서는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습니다.
Q. 아침에 화장실 가는 습관을 만들 수 있나요?
가능합니다.
아침 식사 후 위장이 움직이는 시간에 맞춰
매일 같은 시각에 5분 정도 앉아보시는 방법을 권해드립니다.
당장 안 나와도 반복하면 리듬이 생깁니다.
변비는 오래 참고 지내다 오시는 분이 많습니다.
매일의 문제이니만큼 삶의 질에 크게 영향을 줍니다.
보라매·신대방 인근에서 오래된 변비로 고민이시라면
한 번 정리해보시면 좋겠습니다.
경희미르애한의원 보라매는 보라매병원역 2번 출구 인근에 있습니다.
출처
- Liu Z, Yan S, Wu J, et al. Acupuncture for Chronic Severe Functional Constipation: A Randomized Trial. Annals of Internal Medicine. 2016;165(11):761-769. https://pubmed.ncbi.nlm.nih.gov/27618593/
- Yang J, Wang HP, Zhou L, Xu CF. Effect of dietary fiber on constipation: a meta analysis. World Journal of Gastroenterology. 2012;18(48):7378-7383.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3544045/
경희대 한방내과 전문의 한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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